빌리 아일리시가 미국의 한 라이브 토크쇼에서 Van Halen의 Jump를 모른다고 얘기했을 정확한 그 시점에 Van Halen의 Jump를 듣고 있었을 사람들이 있었을테고, 그 사람들 중엔 분명 빌리 아일리시를 몰랐던 사람들이 있었을거다. 솔직히 내가 정확히 그 시점에 Jump를 듣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이 글 쓰기가 얼마나 편했을까... 하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가설을 장황하게도 늘어놨다.
아무튼, 그 사건이 있었을 당시 나는 빌리 아릴리시가 누군지 몰랐고, Van Halen의 음악은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미국에선 꽤 많은 사람들이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 역사에 대한 지식 부족을 문제 삼았다. 물론 국내에 있는 우리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신인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피드 퀴즈 도중에 김건모를 몰라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김현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몰라도 되는가? 음악 역사에 대한 교양의 수준은 정확히 어떤 가수를 기준으로 하는 걸까?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다. 빌리 아일리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도리어 빌리 아일리시가 반 할렌을 몰라서 다행이야라고 얘기한다. '아니, 구닥다리 로큰롤 들어봤자 똑같은 음악만 나오지, 빌리 아일리시처럼 신선한 음악이 우리는 필요했던거라고!'
반 할렌을 떠나 음악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음악적 지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새로이 던져보면, 나는 당당히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첫째로, 기본적인 음악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떤 음악이 새로운 음악인지 알 길이 없다. 혹은, 음악의 역사를 진보의 역사로 가정해보자. (아 이것도 참 골치 아픈 명제다, 음악은 더 나은 사운드를 향해 진보하고 있는가?)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전의 존재했던 우리가 소위 클래식이라고 하는 명반들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명반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뮤지션들이 과거의 명반들을 들어보지도 않았다면, 과연 이들의 좋은 음악에 대한 기준이 우리의 그것과 맞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겨난다.
둘째로, 교육 혹은 훈련 없는 창작은 불가능하다. 피카소의 그림이 좋은 예이다. 피카소가 처음부터 입체파 화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도 유년기에 전통 회화를 그렸다. 과거의 작품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던 덕에 새로운 화풍을 창조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회에 필청 음악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공동체의 힘이 약해질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기본 전제로 둘 대화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서로 다른 음악을 듣고, 서로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같이 토론할 거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러시아의 한 소설가는 고전을 이렇게 정의한다.
'고전이란 모두가 읽어야만 하고, 모두가 읽는 책이다. 설령 전국민이 갑자기 단체로 병이 나 책의 내용을 모두 잊게 되더라도 그 책을 읽었다는 기억만큼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이 고전문학이 가지는 공동체적 가치다. '
명반들도 다르지 않다. 명반을 신세대들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취향 사이의 가교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한 소설가는 인터뷰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삶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네. 정확히 그 얘기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밥 말리를 듣지 않는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밥 말리 대신에 넣을 많은 이름들이 있겠지만 반 할렌이 이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음악, 어느정도 들어야 나 음악 좀 듣는다 말 할 수 있을까? 실망스럽게도 그 누구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줄 수 없다. 다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음악 세계를 호기심을 가지고 탐험할 준비가 돼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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