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히치하이킹, 그리고 카우치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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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도착해 히드로 공항을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둑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런던에서 리스본까지의 히치하이킹이니만큼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갈 때에도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해가 지고 있었고, 또 히치하이킹이 처음인지라 겁에 질려 첫 히치하이킹은 낮에 시도하기로 미뤘다. 사실 히드로에서 런던시내까지는 언더그라운드로 연결되어있고 요금이 그리 비싸지도 않았다.
Hitchwiki Map에는 전세계 히치하이커들이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던 스팟들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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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달전부터 카우치서핑 웹사이트를 통해 런던에 호스트를 구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런던 같은 대도시는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아무튼 여행 한 달 전부터 대략 50편의 요청을 보냈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당했다. 겨우 출국 이틀 전에야 북런던 외곽 지역에 있는 Co-op House에서 우리를 호스팅해주겠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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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 번 거절 당할 때마다 불안해져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다. 완전히 낯선 사람을 선의로 재워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호스팅 요청이 거절될 때마다 마음이 상했다. 그나마 마음에 위로가 되었던 건 ‘Never take it personal’이라는 조언이었다. 그 사람은 레퍼런스가 없는 내 프로필을 보고 내가 많은 거절을 겪은 걸 예상했던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쨌든 호스팅 요청 거절을 나 개인에 대한 거절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인한 불가피한 거절로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되돌아보면 별 일 아니지만 그 때는 정말 마음이 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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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호스팅하기로 해준 Stefan도 카우치서핑 레퍼런스가 없었다. 모든 것이 온통 처음인 것들 뿐이라 우리를 초대해준 집에 가기도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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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에서 내려 Stefan네 집을 찾아 나섰다. 지하철을 타는 동안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비도 살짝 내리기 시작했다. Stefan은 그 날 일이 있어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줄테니 도착하면 편하게 짐을 풀고 있으라고 했다. 12명이 같이 사는 집이라 자기는 집을 비워도 집에는 항상 누군가 있을테니 우리를 맞아줄 사람이 있을거라고도 메세지를 남겼다. Stefan이 미리 찾아오는 길을 자세히 알려줬지만, 배려가 무색하게도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겨우 Stefan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현관문에는 이렇게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Welcome Yejun & Han"